2019년 방송된 TV조선의 ‘미스트롯’은 단순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대중음악의 변방에 머물렀던 트로트를 중심 무대로 끌어올리며,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이끌어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스트롯’이 어떻게 트로트 붐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그 파급력이 방송과 대중문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 – 중장년의 공감, 청년의 흥미
과거 트로트는 ‘중장년층 전용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미스트롯’은 그 벽을 허물었습니다. 송가인, 정미애, 홍자 등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자들이 트로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전하며,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시청자들도 트로트의 정서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고, SNS,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자발적인 콘텐츠 소비와 공유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트로트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세대에게 ‘미스트롯’은 장르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이후 ‘미스터트롯’, ‘불타는 트롯맨’ 등 후속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트로트 장르의 세대확산 현상을 본격화시켰습니다.
또한 트로트 곡의 편곡 방식, 의상, 무대 구성 등도 현대화되면서 전통과 트렌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음악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트로트 산업의 성장 – 음반·공연·광고 시장 확대
‘미스트롯’ 이후 트로트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우승자 송가인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방송 직후부터 음반 발매, 전국 투어, 광고 모델 활동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수익 창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트로트 앨범이 주요 음반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비주류 음악’에서 ‘대중음악’으로의 반전이 일어났고,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중장년층의 활발한 이용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트로트 콘서트는 기존 대중가수와 아이돌 중심의 공연 시장에 새로운 소비층을 창출하며, 대형 공연장 및 지방 공연장의 수익 다변화에도 기여했습니다. 광고 시장 역시 송가인, 정미애 등을 기용한 식품, 생활용품, 금융 브랜드 광고가 늘어나며, 트로트 스타들이 브랜드 파워를 지닌 인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트로트가 단순히 감성적인 음악을 넘어 경제적 파급력을 가진 산업 콘텐츠로 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방송 콘텐츠의 변화 – 오디션 그 이상으로
‘미스트롯’은 단순한 음악 오디션이 아닌 서사 중심 예능의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출연자의 배경, 노력, 가족 이야기 등 감정에 호소하는 구성 방식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고, 이는 곧 시청률 상승과 브랜드화로 이어졌습니다.
트로트를 주요 테마로 한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 콘텐츠가 다양하게 제작되었고,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트로트 관련 신규 포맷 개발에 나서면서 장르의 대중화를 가속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트롯 전국체전’, ‘트롯 매직유랑단’, ‘트로트의 민족’ 등이 잇따라 제작되었고, 지방 방송사나 케이블 채널에서도 로컬 트로트 경연이나 인터뷰 프로그램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미스트롯’이 단일 방송 프로그램의 성공을 넘어, 하위 장르였던 트로트를 메인 콘텐츠로 끌어올린 결정적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미스트롯’은 세대, 산업, 콘텐츠의 경계를 허물며 트로트를 시대의 음악으로 재정의했습니다. 그 여파는 단기적인 트렌드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로 자리잡았고,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트로트가 다시 들리고, 다시 사랑받고 있다면, 그 시작은 ‘미스트롯’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